퇴로 찾는 화물연대…김문수 위원장에 "국토부와 자리 만들어 달라"

입력 2022-12-05 16:12
수정 2022-12-05 16:50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측과 지난 주말 회동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만남을 요청한 화물연대 측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나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강으로 치닫던 운송거부 사태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사노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11시 화물연대 측의 요청으로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김태영 수석부위원장, 최병욱 국토부 노조위원장을 만나 한시간 가량 만남을 가졌다. 이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시절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2차 확대자문단 회의에서 이런 사실을 직접 밝힌 김 위원장은 "화물연대 측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며 "(화물연대 측에) 현장에 먼저 복귀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회담을 갖기 전에 윤 대통령에게 만남에 대해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요청에 대해 이 위원장은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시작할 때 70% 지지를 받고 시작했고, 복귀하더라도 과반 조합원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 상태에서 지지를 못 받으면 운송복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담은 성과 없이 종료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퇴로를 상실하면서 대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파업이 역대 최장 수준으로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데다, 비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도 점차 확대되면서 운송거부 투쟁의 효과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또 '기댈 곳'인 민주당도 9일 일몰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토위 소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실에서 거부권을 시사하고 있어서 최종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이 대화에 나선 것 자체가 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부담을 느낀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만남이 밝혀진 것도 이 위원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김문수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경사노위 참여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이 민주노총이나 공공운수노조와 협의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이번 만남에 대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노사관계는 나름대로 독특한 게 있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대통령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에게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8일자 신문광고를 계획하는 등 적극적인 파업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적어도 오는 9일까지는 운송거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