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관리시설 등 공공의료 기능을 포함해 증축을 추진하는 민간 종합병원에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의료시설 지구단위계획 수립·운영기준을 시행한다고 5일 발표했다. 종합 병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공공의료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서울시내 종합병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용적률 때문에 증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내 56개 종합병원 가운데 용적률이 상한에 걸린 곳이 21곳에 달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종합병원 증축을 서울시가 전폭 지원해 예측불가능한 위기 상황을 준비하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종합병원이 충분한 의료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적률을 기존 조례상 상한 용적률의 1.2배까지 늘려줄 계획이다. 용도지역 용적률을 초과하는 병원은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완화한다. 완화된 용적률의 절반은 반드시 공공필요 의료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감염병 관리시설을 비롯해 장애인 의료시설, 치매센터 등 공공·필수 의료시설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기준 시행을 통해 음압격리병상을 최우선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용적률이 완화된 경우 병상의 1.5% 이상, 용도지역 상향이 이뤄진 경우 병상의 3% 이상을 음압격리병상으로 채우게 할 예정이다.
감염병 관리시설은 평상시 일반 격리·치료시설로 사용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상황에서는 비상 진료체계로 신속하게 전환하도록 한다. 시는 콘트롤타워 등 행정적 기능을 할 공간과 의료진 휴식 공간 등도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건국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양지병원 등 3개 종합병원이 이번 지구단위계획 기준 시행과 함께 증축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2종일반주거지역에 있어 용적률 상한이 200%인데 현재 용적률은 199% 수준으로 증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기준이 시행되면 용적률이 240%까지 늘어나 증축이 가능해진다.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상한이 300%인 건대병원은 현재 용적률이 241% 수준이고, 준주거지역에 있어 400%가 상한인 양지병원은 현재 341%로 여유가 있지만 필요한 경우 각각 360%, 480%까지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줄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종합병원 56곳 중 용적률이 부족해 증축할 수 없는 병원은 21곳이다. 건대 병원 외 몇몇 병원에선, 서울시의 지원책을 통한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 진행됐던 설문조사에서는 총 13개 병원이 '정책이 시행되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시는 전했다.
시는 앞서 2월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7월 관련 조례를 개정한 데 이어 이번에 실행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번 제도를 통해 종합병원 21곳의 증축이 이뤄지면 음압격리병실, 중환자 병상, 응급의료센터 등의 공공의료 시설이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