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도덕 경찰'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히잡 착용 불량을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며 반(反)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강경 진압을 고수했던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관영 언론을 인용해 도덕 경찰이 폐지됐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종교 회의에 참석해 “지도 순찰대(도덕 경찰)는 사법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당국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도덕 경찰 같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도덕 경찰은 히잡 착용을 비롯해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강경파인 마무드 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당시 창설된 뒤 2006년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뒤 히잡 의무화를 강화하며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강압적인 단속을 지속했다.
국민들의 반감은 마흐사 아마니의 의문사로 인해 폭발했다. 지난 9월 22세 쿠르드족 여성인 아마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 수도 테헤란에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받던 중 돌연 사망했고, 이 소식이 퍼지자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는 점점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시위 참가자 중 1만 8210명이 구금됐고 미성년자 64명을 비롯해 최소 469명이 당국의 진압에 사망했다. 정부 보안군 사망자도 61명에 달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히잡 착용 의무화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경 진압에서 유화책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이란의 이슬람 기반은 법적으로 견고하다. 법률 적용 방법은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몬타제리 총장도 “의회와 사법부가 (히잡 의무화)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달 30일 사법부 관계자들과 의회 관계자가 만나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란은 1983년부터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할 것을 법제화했다. 이 법에 대한 개정 여부는 1~2주 내로 결론이 날 예정이다.
다만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테헤란의 시민운동가인 아테나 다에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자들을 계속 처벌할 것”이라며 “히잡을 벗어도 국민들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