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66·사진)은 지난 1일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축구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함 회장이 직관에 나선 2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은 포르투갈에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함 회장은 라커룸 앞에서 선수들을 악수로 맞았다.
‘2022 카타르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함 회장과 하나금융의 ‘축구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대전영업본부장과 충청사업본부 대표를 거치면서 당시 K리그 2부 소속인 대전시티즌과 인연을 맺었다. 2020년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했다. 함 회장은 지난해 구단주로 취임하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할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명문 구단 도약 목표를 제시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함 회장의 구단주 취임 1년 만인 지난 10월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K리그1(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함 회장은 경기가 열린 경북 김천까지 내려가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하나은행은 1998년부터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 은행을 맡아 25년째 축구대표팀과 K리그를 지원해오고 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취재진의 취재 활동을 돕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공동으로 ‘하나은행 코리아하우스(미디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공식 기자회견장과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을 포함해 6월부터 9월까지 총 여섯 차례의 A매치 경기에서 축구 팬들이 자필로 작성한 응원 메시지를 부착한 ‘팬존’도 함께 열었다.
지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구단 소속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르면서 하나금융의 스포츠 마케팅도 재조명받았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2018년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4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손 선수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한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하나은행과 대한축구협회가 20년 넘게 쌓아온 우호 관계가 계약 성사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하나금융은 축구팬들을 위한 금융상품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업해 내놓은 K리그 팬카드 ‘축덕카드’는 약 25만 계좌 판매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2020년엔 유소년 축구 발전을 목표로 ‘대전시 축구 문화 활성화 기금’도 조성했다. 판매 좌수당 발전기금 1000원을 적립하는 ‘시티즌 팬 사랑 적금’도 선보여 지난해 해당 상품으로 조성한 기금 5000만원을 대전시 축구협회에 전달했다. 올해는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연 최대 11%까지 제공하는 ‘베스트11 적금’을 출시했다. 월드컵 기념 경품을 응모할 수 있는 ‘축구로 하나 되는 골든슈’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