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는 한국 거래소에도 미치고 있다. 국내 5대 원화마켓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투자금 상환을 잠정 중단했다.
고파이는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고팍스는 투자자가 예치한 암호화폐를 미국의 코인 대출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위탁해 그 운용 수익으로 이자를 지급해왔다.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최근 FTX에 자금을 넣어놨다가 발이 묶이는 바람에 고팍스에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FTX 파산 이후 신규 대출 및 환매를 중단하면서 고파이도 연쇄적으로 지급이 불가능해졌다. 고파이 고정형 상품에 묶여 있는 투자자 원리금은 모두 3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거래소들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다. FTX 파산 이후 글로벌 유명 거래소도 잇따라 준비금 부족 의혹을 받으면서 국내 거래소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의 라스 호프만 애널리스트는 “FTX 파산의 영향으로 중앙집중식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약화됐다”며 “지난 한 달 새 탈중앙화거래소의 거래량(650억달러)이 두 배 늘었는데 앞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고객 예치금을 엄격하게 분리 보관하고 있고 분기 또는 반기별로 외부 감사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FTX처럼 보유 자산을 부풀리고 예치금을 무단으로 유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코빗은 국내 업계 최초로 보유 암호화폐의 실시간 내역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도 모두 공개했다. 대부분의 국내 거래소가 자체 발행 코인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도 FTX와의 큰 차이점이다. FTX는 자체 발행한 FTT 토큰으로 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통해 다시 FTT를 사들이는 자전거래로 가치를 부풀리면서 문제를 키웠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