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겨울 월드컵"…비수기 연말에 유통가 화색

입력 2022-12-04 17:55
수정 2022-12-05 02:12

유통업계가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의 긍정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비수기로 인식되던 11월 말~12월 초 매출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업종이 많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과 치킨업계가 월드컵 효과에 반색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 ‘축구 경기엔 치맥(치킨+맥주)’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려 편의점에서는 맥주, 안주, 즉석조리식품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둔 지난 2일의 경우 CU GS25 세븐일레븐 3사의 2주 전(11월 18일) 대비 맥주, 치킨, 안주류 매출 증가율은 112.0~129.3%에 달했다. 추운 날씨 속 야외 응원에 나선 사람들이 몰려 핫팩과 우의, 보조배터리 판매량이 작년 이맘때보다 8배 폭증하기도 했다.

BBQ BHC 교촌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도 밀려드는 주문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부 점포는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주문을 처리했지만, 준비한 닭이 3시간 만에 동난 점포도 있었다. BBQ 관계자는 “통상 오후 6~8시가 피크타임인데 이번 월드컵 기간엔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부분 점포의 매출이 월드컵 개막 이전보다 2~3배 뛰었다”고 말했다. 식품·유통업계는 카타르월드컵이 겨울에 치러지는 걸 반기고 있다. 겨울세일이 열리는 백화점을 제외한 상당수 업종에서 11~12월은 통상 비수기로 인식된다.

추석과 핼러윈은 지나고, 연말 대목까지는 시간이 남은 어정쩡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날이 추워지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외식업계는 기말고사 기간이 겹쳐 매출이 다른 달보다 적은 게 일반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과 이태원 참사로 연말에 대한 기대가 작았는데 월드컵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설명했다.

6일 새벽 열리는 브라질전을 앞두고 식품, 주류, 유통업계의 마케팅 경쟁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이마트24의 경우 경기가 오전 6시께 끝날 것으로 예상해 ‘출근족’을 잡기 위한 ‘딜리셔스 모닝세트’를 준비했다.

CJ CGV는 브라질 전에도 절반가량의 극장에서 단체응원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외식 수요가 발생하기 힘든 시간대에 경기가 열려 자영업자들은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