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도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금융권의 수신 경쟁 요인이 줄어든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을 무시한 채 예금 금리를 억누르는 ‘관치 금융’에 노년층 이자생활자 등 예금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예금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5.52%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2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5.01%로 1주일 새 0.5%포인트 내렸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달 23일 연 5.53%로 정점을 찍은 뒤 전날까지 제자리걸음했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은 최근 1개월 새 ‘중도해지 OK정기예금’(-0.70%포인트)과 ‘OK법인대박통장’(-1.0%포인트) 등 주요 예금 상품 금리를 낮췄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고 연 6.1%였던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연 5.9%까지 내렸다.
은행권에서는 연 5%대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13일 연 5.18%로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 가장 먼저 ‘연 5%’를 뚫었던 우리은행 ‘우리 WON플러스 예금’ 금리는 이날 연 4.98%로 낮아졌다. 국민은행 ‘KB 스타정기예금’도 지난달 14일 연 5.01%를 찍은 뒤 연 4.70%로 뒷걸음질쳤다.
올 들어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예금 금리가 올랐지만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4.01%로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같은 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5.7% 상승해 실질금리는 -1.69%로 집계됐다. 은행에 예금을 맡겨도 물가 상승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리 인상기에 예금 금리만 뒷걸음치면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퇴직자와 노년층의 피해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보형/빈난새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