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권을 떠돌던 소위 '받글'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받글은 받은 글의 줄임말로, 메신저 등을 통해 퍼지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말한다. 비슷한 말로는 '지라시'가 있다. 중진 의원이 받글에 이처럼 엄포를 놓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해당 받글의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권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당정이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와 출입 기자들 사이에 여러 음해성 허위 사실을 받글과 전언의 형식으로 유포하는 사람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고발을 포함한 강력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권 의원은 "당정이 하나가 돼 싸워도 모자랄 판에, 이토록 비열하게 행동해서야 되겠냐"며 "한가하게 내부 권력 다툼해봐야 윤석열 정부 성공시키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끝으로 권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의원과 당직자, 보좌진,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와 좌파 언론의 가짜뉴스 대응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음해를 멈출 것을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진 의원이 받글에 이처럼 엄포를 놓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권 의원의 심기를 이토록 불편하게 한 받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지난 11월 말께 권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초대로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국회 출입 기자, 국회 관계자 등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권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의 받글이 퍼졌다.
권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도 해당 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맏형 격이자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권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 진영에서 이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 의원은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해당 받글을 염두에 두고 페이스북 글을 작성한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 글이 아닌 전반적으로 (언급한 것)"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지난 11월 초에는 윤 대통령과 독대 이후 권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출마에 회의적으로 됐다는 내용의 받글도 돌아다닌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당대회라는 메인 이슈를 앞둔 정당에서 온갖 지라시가 난무하는 건 오랜 현상"이라며 "당사자 입장에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받글을) 퍼트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