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효성그룹 창업주 손자 등 재벌가 3세들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신준호 부장검사)는 홍모(40)씨 등 총 9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2일 밝혔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 차남의 자제인 홍씨는 올해 10월 대마를 유통하고 직접 소지·흡연한 혐의로 지난달 중순 구속기소됐다. 그는 액상 대마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 홍씨는 상습 필로폰 투약으로 물의를 빚은 황하나 씨와 사촌지간이다.
범 효성가 3세인 조모(39)씨는 올해 1∼11월 4차례에 걸쳐 대마를 산 뒤 흡연한 혐의 등으로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 안모(40)씨는 올해 3∼10월 대마를 매수·흡연한 것은 물론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안에서 대마를 재배해온 사실까지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모 금융지주 전 회장의 사위, 직업적으로 대마를 판매한 형제 등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의 전모는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무직 A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면서 드러났다.
1차 수사를 맡은 경찰은 A씨 주거지에서 대마 재배 텐트 등 장비를 발견하고도 이를 압수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에 직접 수사에 나선 검찰은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송금 내역, 국제우편물 등을 추적한 끝에 홍씨 등 4명을 적발해 구속했다. 효성가 3세인 조씨는 홍씨 등으로부터 대마를 매수했다가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일부 재벌가 3세, 사업가, 유학생, 연예계 종사자 등 사이에 자신들만의 공급선을 두고 은밀히 대마를 유통, 흡연해 온 범행의 전모를 밝혀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