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지난 1일 동구 패션비즈센터에서 열린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이하 연합회) 제10대 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사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고향 부산에서 섬유 산업을 이끄는 수장인 연합회장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칠순에 맞은 경사"라며 "사업 성공 뒤의 한편에 남은 고향에 대한 미련을 앞으로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행사 내내 웃는 모습으로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와인 건배사를 할 때는 40여개에 달하는 테이블을 일일이 챙기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후배들도 성공한 선배의 금의환향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최 회장의 고향은 부산 사하구다. 성인이 되자마자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여의찮았다. 사업 실패 직후 결혼해 27살 서울 동대문 시장의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재기를 노렸다. 한때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실패도 맛봤다. 여러 차례의 실패는 경험으로 쌓여 지금은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굴지의 기업을 일궈냈다.
사업은 성공했지만, '고향 생각'은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최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 투자한 금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며 "청년이 떠나는 현실도 안타까워 부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펼쳐보려 한다"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에 물류 공장을 건립하고, 패션그룹 형지의 부산 진출을 위한 지사 성격의 '패션그룹 형지 스퀘어'를 사하구 괴정동에 세웠다. 특히, 사하구에 만든 아트몰링은 지역민의 숙원인 영화관을 넣어 부산 도심과의 문화 격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이번 연합회 수장직을 통해 부산에서 '제2의 창업'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는 "내 도전이기도 하고, 청년의 도전을 돕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이번에 인천 송도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는데, 서울·인천·부산을 연결해 패션 산업의 새로운 부흥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부산경남봉제산업협동조합 등 13개 단체와 453개 기업이 가입한 지역 섬유·패션 산업의 네트워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부산시가 건립한 패션비즈센터는 업계의 염원을 담아 박만영 전 연합회장(콜핑 회장)의 노력 끝에 올해 초 운영에 들어갔다"며 "연합회가 위탁 운영하는 만큼, 이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청년의 노력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조만간 그룹 차원의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를 부산에서 론칭할 계획이다. 연합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정기 포럼을 통해 지역 섬유·패션업계에 ESG 경영 등 선진 경영 문화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부산=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