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2일 10: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도이치뱅크 및 자산운용사 등 5개 기관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일본 마렐리의 1.7조원 규모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글로벌 대표 전장기업 중 하나였던 마렐리는 2018년 글로벌 PEF인 KKR에 매각됐지만, 경영난 끝에 회생 절차를 밟아왔다. MBK는 추후 마렐리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부실채권의 가치가 크게 뛸 것으로 내다보고 이번 거래에 나섰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IB 및 현지 자산운용사와 함께 마렐리 채권단으로부터 부실대출 채권을 인수했다. 매입 규모는 총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조성한 18억달러 규모 2호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투입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마렐리는 과거 일본 닛산의 자동차 부품사인 칼소닉칸세이와 이탈리아 차 부품회사인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KKR이 2016년 닛산으로부터 칼소닉칸세이를 인수한 후, 2019년 칼소닉칸세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을 들여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했다. KKR은 이후 칼소닉칸세이와 마그네티마렐리 브랜드를 마렐리로 통합했다. 2019년 매출 18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만 KKR이 인수한 직후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전 세계적인 차량 반도체 부족현상 등 공급망 이슈 등이 겹치며 경영난에 빠졌다. 주요 거래처였던 완성차업체 닛산의 부진에도 영향을 받았다. 부채도 1조1300억엔까지 급격히 늘었다. 결국 지난 8월 회생중재제도(ADR)를 신청했고 일본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서 회생절차를 밟았다. 대주주인 KKR이 새로운 자본을 투입하고 대주단이 채무를 줄여주는 등 자본 재조정 방안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마렐리의 대출채권들이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자 MBK를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