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갈림길 선 한국…280조 투입 저출산 정책 실패"

입력 2022-12-02 14:00
수정 2022-12-02 16:12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이 2일 "향후 10년이 초저출산과 인구고령화로 인해 인구소멸 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극복해 지식강국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라고 밀했다. 지난 15년간 약 280조원을 투입한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해선 "실패한 인구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 학회장은 이날 서울시립대에서 연 인구학회 후기학술대회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인구학회는 '인구학 패러다임의 전환과 재도약: 인구통계와 인구정책'을 주제로 인구통계의 방법론 등을 논의했다.

이 학회장은 현재의 저출산과 고령화 흐름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봤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역사상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사회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게 이 학회장의 생각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지난 2~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하락한 극심한 초저출산이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란 진단이다.

특히 이 학회장은 "지나친 경제적 강조가 저출산과 고령화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한 '일·가정 양립정책'과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노인의 경제적 자립'을 중시한 대책이 의도한 것과 반대의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 학회장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든다"며 지난 2004년 사라 맥라한 미국인구학회장도 이같은 지적을 내놓은 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고령화의 경우에도 노인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한 것이 가족으로부터 비자발적인 독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학회장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이를 보여준다"며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자살률은 평균 이하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된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미지의 사회에는 ‘주어진’ 정답이 없다"며 "미지의 영역에 가장 빠르게 진입하는 한국이 새로운 해답을 찾아 한국형 인구정책을 인구문제로 고민하는 비서구 국가들에게 제공하는 지식강국으로 부상할 기회"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