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도자들이 최근 ‘철도파업 금지법’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한국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9월 철도 노사가 잠정 합의한 내용을 강제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하루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파업 피해를 사전 예방하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양당은 합의 하루 만에 하원에서 법안을 전격 처리했다. 앞서 상원 상정 2주 만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처리한 데서 볼 수 있듯, 국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미 의회의 전통을 재차 확인해준 사례에 다름 아니다.
한국 정치는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국민 경제를 볼모로 한 민주노총 파업으로 산업현장이 멈춰서고, 국민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액이 1주일여 만에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민노총은 제조와 물류, 수출 현장뿐 아니라 병원과 학교 등까지 멈춰 세우겠다며 오는 6일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의도 정치권이 이를 막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파업을 비호하고 조장하는 행태를 보여 기가 막힐 뿐이다. 정부는 협상 없이 곧바로 집단행동에 나선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양식 있는 정치인이라면 노조의 집단 행동에 대해 먼저 자제를 요구하는 게 옳다. 그러나 거대 야당은 노조가 아니라 정부에 대해 ‘반(反)헌법적 과잉대응’ ‘힘으로 찍어누르려는 행태’를 보인다며 비난하고 있다. 헌법이 보호하는 단체행동이 ‘쇠구슬 테러’ 등으로 비조합원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불법 행태가 아닌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그런 행태를 두둔하는 데만 급급해서야 어떻게 책임 있는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있겠나. 더구나 169석의 힘을 믿고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하는 대목에선 과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집단이성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되는 민노총의 막가파식 불법 파업에 국민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특히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치고도 6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일반 국민뿐 아니다. 단위 노조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 노조가 최근 “우리는 ATM(현금인출기)이 아니다” “조합비 수억원 받아 가고 도와주는 건 하나도 없다”며 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앞서 한국은행과 GS건설, 쌍용건설, 금융감독원 노조 등도 같은 이유로 민노총에서 발을 뺐다. ‘기획 파업’과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운동권 출신 친북 성향 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경고에 다름 아니다. 이런 노조를 감싸고 도는 정치 행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후진적 정치 행태는 언젠가 국민들로부터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