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한 해의 끝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연인, 친구 등과 특별한 문화적 감흥을 공유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어 하는 시기다. 공연장 미술관 영화관 등 문화가는 다채로운 콘텐츠 보따리를 풀어놓고 연말 나들이 관객을 맞는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움츠러들었던 지난 2년을 보상이라도 하듯 클래식 발레 뮤지컬 국악 전시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팬데믹 이전보다 더 풍성한 송년 잔칫상을 차려놨다.
먼저 발레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라 보엠’ 등 연말 대표 레퍼토리 공연들이 예년의 완전체 형태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호두까기 왕자와 함께 환상 여행을 떠나는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음악과 화려하고 다채로운 춤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7~25일), 유니버설발레단(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2~31일), 광주시립발레단(ACC예술극장 21~25일), 서울발레시어터(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2~23일), 와이즈발레단(마포아트센터 6~8일) 등이 각 발레단의 색깔을 입힌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19세기 파리의 겨울을 배경으로 푸치니의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흐르는 ‘라 보엠’은 국립오페라단이 원작에 충실한 무대로 제작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4일)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9~10일)에서 공연한다.
국악 송년 무대로는 국립국악원이 오는 16~21일 예악당에서 재현하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이 단연 눈에 띈다. 궁중무용인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선유락과 궁중음악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화려한 궁중예술을 펼친다.
연말 극성수기를 맞은 뮤지컬 시장에선 20일 아시아 초연으로 개막하는 블록버스터 신작 ‘물랑루즈!’와 스테디셀러인 ‘스위니 토드’ ‘브로드웨이 42번가’ ‘영웅’, 고전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이 맞붙는다. 연말 극장가는 화제작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신작 ‘아바타: 물의 길’과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을 걸고 관객을 기다린다.
명작을 감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만한 미술 전시로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백남준 기념 전시, 이건희 컬렉션 전시 등이 꼽힌다.
송태형 문화전문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