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500통 걸어 겨우 성공"…예약 폭주한 '25만원' 케이크

입력 2022-12-01 22:00
수정 2022-12-02 16:19
“예약이 개시되자마자 전화를 300통 가까이 걸었는데도 연결이 안됐어요.”
“수백통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안 돼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호텔 케이크 일단 예약했어요.”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특정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관련 게시글이 수시로 올라왔다. 서울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놓은 한정판 케이크와 관련한 글이었다. 신라호텔 등 각종 특급호텔들은 연말이 되면 한시적으로 화려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한정판 케이크를 만들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그저 케이크일 뿐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예약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한정 수량만 만들어져 쉽게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행복을 추구하는 현상)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미 예약이 개시되기 한달여 전인 11월 초 부터 온라인 카페 등을 보면 "신라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에 성공하는 ‘팁’이 있나" 등의 질문이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신라호텔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이날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한 케이크는 총 3종이다. 사전 예약제로만 판매되며 한정판으로 제작돼 선착순 주문이 이뤄진다. 케이크 3종은 ‘얼루어링 윈터', '더 브라이티스트 모먼트 에버', '화이트 홀리데이' 등이다. 각각 25만원, 13만원, 15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이 중 가장 비싼 케이크인 얼루어링 윈터는 붉은색과 흰색 두 가지 색상으로 나왔다. 붉은색 케이크는 연말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연상시키는 색을 이용했는데, 케이크를 꺼내는 순간 올해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라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흰색 케이크는 웨딩드레스의 우아한 느낌을 담아 특별한 날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제품은 최고급 초콜렛인 발로나 초콜릿을 활용했다. 물결 모양의 화려한 금박 장식을 더했다. 딸기와 라즈베리 맛이 나는 시트에 상큼하면서 단 맛이 나는 앙글레이즈와 마스카포네 크림이 더해졌다.

애초에 저렴한 가격도 아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값은 더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신라호텔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정판으로 판 케이크는 7만~8만원대였다. 당시에도 비싸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2~3배가량 뛰어 13만~25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올해 15만원에 선보인 트리 모양의 화이트 홀리데이 케이크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8만8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7.7% 인상됐다.

다른 특급호텔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값을 크게 인상하는 분위기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은 다음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조선델리) 가격을 8만5000~14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가장 가격대가 높은 케이크가 12만5000원이었는데 더 인상됐다. JW메리어트호텔 동대문스퀘어 서울은 18만원짜리 케이크를 내놨다. 지난해 가장 비싼 케이크가 8만5000원이었지만 두 배 넘게 값이 뛰었다.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수 십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이 특급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손에 넣기 위해 시간을 들여 수 백통의 예약 전화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최고 특급호텔 중 하나인 신라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맛과 디자인이 뛰어나 고급 케이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 가장 인기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한 소비자는 이날 오전 7시 예약이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동안 500통이 넘는 전화를 걸어 오전 12시가 다 되어 예약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케이크의 예약이 개시되는 날에는 호텔 베이커리로 1~2분 만에 수백~수천통씩 전화가 쏟아진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35)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위해 이날 서울 신라호텔 베이커리에 400통 넘게 전화를 해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예약에 성공했다. 박 씨는 “지난해에도 이 호텔에서 케이크를 주문해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했는데 가족들이 좋아했다”며 “올해는 예약 경쟁이 더 심해져 지난해보다 더 많이 전화를 건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