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현지 시각)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된 데 환호하던 이란 남성이 이란 보안군(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사망한 이 남성은 이날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의 친구였다.
지난 11월 30일(현지 시각) BBC, 가디언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인권 활동가들은 27세의 남성 메흐란 사막이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전을 축하하다가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뒤 보안군이 그(사막)를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것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IHR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의 손에 살해된 사람은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을 포함해 448명에 육박했다.
가디언은 사막이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의 지인이라고 전했다. 에자톨리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막과 어린 시절 유소년축구팀에서 함께 뛰었다고 소개하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너를 잃었다는 지난 밤의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개했다.
이날 이란 대표팀이 앙숙인 미국에 패배하자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한 바 있다. 상당수 이란인은 이란 대표팀이 이란 정권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거부했다.
이란 응원단은 이날 경기에서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 등을 외쳤고, '마흐사 아미니' 이름의 피켓을 들었다가 관계자에게 제지받는 상황 등도 목격됐다고 BBC는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