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한 것도 조합원 뜻이었고, 결별한 것도 조합원 뜻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무차별적인 소송과 고발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포스코, 민주노총 탈퇴 눈앞’ 기사를 단독 보도(11월 30일자 A1, 2면)한 뒤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강원도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간부라고 밝힌 A씨는 “거대 노조를 겨냥한 괴롭힘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A씨가 밝힌 사건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주시 공무원노조는 조합원 735명을 대상으로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조합원 68.3%의 찬성으로 탈퇴가 확정됐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등을 돌린 것은 같은 해 3월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원들이 주도한 원주시청 앞 폭력 시위 때문이다. 청원경찰을 공격하고 시설물을 부수는 행태를 본 조합원들이 전공노와 인연을 끊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전공노의 대응은 집요했다. 투표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무방해 혐의로 시청 노조를, 횡령 협의로 노조 간부들을 고발했다. 법정 공방은 원주시 노조의 압승이었다. 지난해 11월 1심에 이어 지난 7월 2심 법원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시청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1월 초엔 검찰이 업무방해 고발 사건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법정에선 시청 노조가 잇따라 이기고 있지만 원주시 노조를 겨냥한 압박은 그대로다. A씨는 “탈퇴하거나 탈퇴를 시도하는 노조에 대해 전공노가 일관되게 괴롭히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조합을 결성하도록 헌법에 명시된 단결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압박은 원주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스코지회가 11월 초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진행하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노조 임원들을 제명하고, 대의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탈퇴를 막기 위해 조합원이 선출한 노조 간부들을 대거 징계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조직 형태 변경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급단체 탈퇴를 시도하면 무차별 소송·고발이 이어지는 등 법률에 명시된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존립의 근간인 조합원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 정치 집단을 ‘노조’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