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의 특수 블록(콕스) 생산을 주력으로 해온 메디콕스(옛 중앙오션)가 회사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스라엘 바이오텍인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즈로부터 경구용 인슐린(ORMD-0801) 국내 독점 공급권을 확보한 데 이어 해외에서 승인된 뇌전증 치료 목적의 의료용 대마 제품의 국내 유통을 시도한다.
오대환 메디콕스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의약품 유통 사업과 신약 개발 속도를 높여 회사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메디콕스가 지금의 회사명으로 간판을 단 건 2020년 8월이다. 이전까진 중앙오션이었다.
대형 선박의 맨 하단에 곡선으로 된 선미와 선수 부분을 '콕스(cox)'라고 하는데, 옛 중앙오션은 이 부위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현대중공업에 공급해 왔다.
2020년 8월 메콕스바이오메드가 최대주주에 오르며 회사 이름도 바뀌었다. 신사업인 의약품 사업을 강조하기 위해 '메디(Medi)'를 사명에 넣은 것이다.
이후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조성된 엘투조합이 지분 10%를 인수하며 다시 최대주주가 됐다.
메디콕스가 가장 공들이는 사업은 경구용 인슐린 국내 유통이다. 지난 14일 오라메드와 도입 계약을 맺었다.
현재 미국 임상 3상 중으로, 내년 초 톱라인 결과가 나온다. 오라메드가 개발 중인 경구용 인슐린은 인슐린 캡슐에 단백질을 분해하지 못하게 하는 물질(PPI)을 넣어 위산으로부터 인슐린을 보호해 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오 대표는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2024년 말 국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판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건 메디콕스가 오라메드의 '가려운 부위'를 긁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3상 톱라인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강한 믿음을 오라메드 측에 전달했고, 신뢰를 바탕으로 결과 전에 계약금(2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했다. 메디콕스는 3상 톱라인 결과가 발표되면 마일스톤 3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오 대표는 "국내 약가 결정에 따라 구간별로 로열티를 다르게 설계했다"고 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경구용 인슐린의 약가가 최상단에서 결정됐을 경우 매출의 15%를 지급하지만, 정반대의 경우 로열티는 3% 수준이다. 한국을 경구용 인슐린 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점도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의약품의 중국 수출에 불확실성이 있다"며 "오라메드가 경구용 인슐린을 미국에 출시하기 전까지 국내에 생산시설을 인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 출시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의료용 대마 사업도 기반을 닦고 있다. 지난 6월 호주 그린파머스와 대마 원료 수입 독점 계약을 맺었다. 그린파머스에 전략적 투자도 했다.
오 대표는 해외에서 승인된 대마 추출 칸나비디올 CBD 오일 기반의 뇌전증 치료 신약을 국내에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연내 식약처에 해당 제품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