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한국타이어지회의 게릴라성 파업이 5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한국타이어가 대전과 충남 금산공장의 직장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때문에 일부 생산분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강성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회사의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회사는 이 자리에서 “파업으로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휴업과 직장 폐쇄를 검토했다”며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금산공장 생산분 일부를 중국 공장으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직장 폐쇄 카드’를 일단 접은 상황이지만, 민주노총 소속 1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회사 측이 언제든 다시 직장 폐쇄를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다.
회사는 내년 생산계획에 대해서도 “현재 주문량으로는 ‘풀가동’이 필요하지만 파업으로 조업이 불가능할 경우 감산할 수 있다”며 국내 생산 위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전·금산공장은 한국타이어의 ‘유이한’ 국내 생산 기반이다. 각각 연간 2000만 개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전체 생산량(1억200만 개)의 40% 수준이다. 두 공장에선 6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대전·충남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한국타이어는 민주노총 한국타이어지회(1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2노조의 복수노조를 두고 있다. 2노조와는 지난 10월 기본급 5%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1노조는 사측에 타격을 주겠다며 지난 7월부터 5개월째 하루 1~8시간의 게릴라성 파업을 예고 없이 진행 중이다. 업계는 생산 차질과 고정비 소모 등을 감안하면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5개월간 500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요구는 한국타이어 노조와의 합의안에 기본급 0.6%를 추가 인상하고 보너스 200만원을 더 지급하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특정 노조와 더 좋은 조건으로 합의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세를 불리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한국타이어와 금속노조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업에 굴복해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까지 이탈하게 되고, 결국 힘이 커진 금속노조 지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강성노조의 파업이 국내 제조업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64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국내 공장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계속된 파업으로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파업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해진 국내 생산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김일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