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국내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탄생을 앞두고 KT가 미디어 사업 재편에 한창입니다. 기존에 운영하던 OTT 플랫폼 '시즌'이 CJ ENM 계열 OTT '티빙'으로 흡수 합병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자체 OTT가 없어진 뒤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N스크린서비스 사업부 신설"29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N스크린서비스'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OTT를 비롯해 모바일·인터넷TV(IPTV) 등 여러 플랫폼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N스크린 전략'을 총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KT가 별도법인으로 운영한 시즌에서 사업총괄을 맡았던 유현중 KT 상무가 N스크린서비스 사업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사업부는 시즌이 티빙에 합병됨에 따라 생기게 된 각 미디어콘텐츠 사업 간 이격을 조율할 전망입니다. 시즌이 티빙에 흡수되면 KT의 기존 모바일 OTT 서비스 일부엔 단기간 '구멍'이 생깁니다. 스마트폰과 IPTV간 연계가 대표적입니다.
기존엔 시즌에서 지니TV(옛 올레tv) 이어보기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둘다 KT 산하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이어보기 기능을 '타사 서비스'인 티빙에서도 그대로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입니다.
N스크린사업부는 이같은 IPTV와 모바일간 이어보기 기능을 대체할 서비스를 기획·개발할 계획입니다. 이용자가 여러 디바이스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N스크린' 관련 각종 편의 서비스도 기획합니다. N스크린 서비스용 앱을 따로 만드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자체 운영 OTT 플랫폼이 사라져도 미디어 밸류체인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통상 통신사나 콘텐츠 기업들은 TV 채널과 모바일 OTT 등을 연계하는 식으로 N스크린 전략을 구사합니다. 케이블 채널의 예능·드라마를 OTT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식입니다. 이렇게 한 지식재산권(IP)을 여러 플랫폼에서 전방위 활용하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통하면 IP와 콘텐츠, 플랫폼 가치를 쉽게 높일 수 있습니다.
시즌을 통해 제공한 KT의 키즈 OTT '키즈랜드 모바일'은 내년 초에 새 앱을 낼 예정입니다. 키즈랜드 모바일은 최근 시즌에 통합됐는데요. 시즌이 내달 31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만큼 새 앱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스카이라이프TV·지니TV 등 잇따라 개편미디어 콘텐츠 사업 재정렬을 위해 시즌 외 다른 플랫폼·서비스 재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엔 KT의 MPP(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옛 현대미디어)를 흡수한 합병법인이 출범했습니다.
스카이라이프TV 이름을 이어 쓰는 이 법인은 KT의 미디어 가치사슬(밸류체인) 내 기업 두 곳이 지분을 나눠 가집니다. IP·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도맡는 KT스튜디오지니가 지분 37.3%를 가지고, 나머지 62.7%는 채널 등을 운영하는 KT스카이라이프가 보유하는 구조입니다.
KT는 이를 통해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 채널 총 12개를 운영합니다. 지난 4월 이름을 바꾼 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방영해 인기를 모았던 ENA 채널 등입니다. 각 채널을 통해선 지식재산권(IP) 확보 재생산 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스카이라이프TV 산하 채널 브랜드인 ENA의 가치를 3년 후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달 초엔 올레 tv를 '지니TV'로 개편하기도 했습니다.
KT는 스카이라이프TV와 지니TV 등을 필두로 KT 계열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간 전방위 협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웹소설·웹툰 기반 콘텐츠 자회사 스토리위즈,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뮤직, 유료방송 플랫폼 지니TV, 실시간채널 스카이TV 등을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입니다.
스토리위즈가 IP를 확보해 콘텐츠를 제작하면 스카이티비, 지니TV, 스카이라이프 등에서 방영하고, 지니뮤직을 통해선 OST를 공개하는 식입니다. 29일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OST를 지니뮤직이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채널 ENA, 지니TV, 시즌 등을 통해 방영합니다.
KT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한 방송, 이동통신 가입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시즌 합병 이후에도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다방면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