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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고위 관계자들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매파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채권 시장은 반대로 반응하고 있다. 다수 채권 전문가들은 채권 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는 현재 시점이 채권 투자의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8일(미국 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총재는 화상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하더라도 우리의 타겟인 2% 위에 있을거라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며 "근본적인 물가 압력을 낮추려면 경제활동과 수요를 둔화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긴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시장의 당초 기대와 다소 다른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며 "2024년에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윌리엄스는 제롬 파월 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과 함께 Fed 실세 3인방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날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비슷한 매파 발언을 내놨다. 블라드는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 이후 S&P500은 1.54%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날 미국 30년물 금리는 크게 떨어졌다.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알려진 3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4.3%까지 치솟았던 금리는 이날 3.72%까지 떨어지며, 연준의 기준금리인 3.75~4% 밑으로 내려갔다. 연준 관계자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음에도 장기채권금리는 거꾸로 움직인 셈이다.
장단기 채권 금리의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지수'에 포함된 10년 만기 채권 금리와 만기 1~3년의 단기 채권 금리를 분석한 결과, 최근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통상 장단기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연준 관계자의 매파 발언과 달리, 채권 시장에선 경기침체로 인해 금리 인상속도가 최소한 '정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이상의 긴축은 경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채권시장의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 측면에선 내년도 채권 가격 반등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체되면, 시장 금리의 하락(채권 가격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채권에 투자할 시점"이라며 "채권 투자의 광범위한 강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 국내 투자자들의 채권 집중매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은 18조68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3948억원 대비 4배 넘게 늘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