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 시장에 5조원 가량을 추가 투입한다. 채권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축소하고,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채권 발행 물량도 줄인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달 중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등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정부는 3조원 규모로 진행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차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차 캐피탈콜은 출자 금융회사의 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분할출자 방식으로 추진한다.
한은은 2차 캐피털콜에 출자하는 83개 금융회사에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한은이 9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회사별 출자금의 50% 이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차환 여부는 3개월마다 시장상황 개선 정도를 고려해 결정한다.
정부는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축소한다. 그간 민간 회사채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주요 원인으로 한전,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 물량 축소·시기 분산,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 매입,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 등 지난달 발표한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1조8000억원 규모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가동을 시작했다. 1조원 규모 건설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심사를 거쳐 이번 주부터 매입을 개시한다.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 은행 예대율 규제 등 금융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대형 금융회사, 기관 투자자, 법인 등이 시장안정 노력에 나서도록 협조도 요청했다. 한은은 결산 등 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 상황을 고려해 12월 RP 매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PF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부동산PF 보증규모를 5조원 확대하고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 2월 시행 예정이던 미분양PF 대출 보증 신설(5조원)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앞당긴다.
연내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도 추진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등급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