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아도 괜찮아요. 오늘 가나전 무조건 이길 겁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를 앞둔 28일 오후 6시30분께. 경기 시작 약 3시간30분 전의 서울 광화문 광장은 다소 한산했다. 당초 3만~4만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전부터 예보된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도 거세져 시민들의 발길은 주춤해졌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도 거리응원전에 나선 붉은악마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대표팀이 선전해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날 가나를 꺾으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경기니까 비와도 응원하러 나왔죠"이날 2차전은 한국뿐 아니라 가나에게도 16강으로 가는 관문이 될 중요한 경기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긴 한국은 반드시 가나를 넘어서야 한다. 치열한 한 판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대학 동기들과 응원하러 경기 고양 일산에서 온 김다빈 씨(22)는 "4시부터 이곳에 와 기다렸다. 비가 와도 우산 쓰고 응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 맞으면서 응원하는 만큼 대한민국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기대감 섞인 바람을 드러냈다.
손흥민 선수의 배번이 새겨진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온 김건우 씨(33)는 비오는 날씨에도 거리응원에 나선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오늘이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이 달렸는데 집에서 응원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나에 2대 0이나 1대 0으로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1차전보다 줄어든 인파…"날씨가 한 몫 했다"
거리응원 주최측은 "1차전에 비해 응원에 참여하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 현재(오후 6시30분 기준) 100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까지 시간이 꽤 남은 만큼 현장에는 안전요원들이 눈에 더 띌 정도였다. 지난 1차전에는 2만60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인 것으로 추산됐지만, 붉은악마 측은 이날 비 예보가 있는 만큼 8000~1만명 정도가 거리응원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와의 경기 날에도 거리응원에 왔다는 김 씨도 "1차전에 비해 사람이 너무 적다. 1차전 거리응원 때는 오후 6시만 되어도 3구역까지 꽉 찼는데 지금은 1구역도 비었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질서정연한 안전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구역별로 통제를 잘한 데다 이날은 인파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탓에 "(응원하는 사람보다) 경찰이 더 많아 서울에서 제일 안전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는 너스레도 나왔다.
예상보다 많은 강수량에 근처 카페나 가게 등으로 몸을 피하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거리응원을 하면서 우산을 못쓰게 하니 힘들다"며 "경기 시작 전에 카페에 있다가 (경기가 시작되면) 다시 나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린 뒤 야외 온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여 광화문 광장 내부에는 저체온 증상 등에 대비해 구급인력을 배치한 임시 대피소가 설치됐다. 또 눈 찔림 등을 방지하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주최 측이 펜스로 둘러친 공간 안에선 우산을 펴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경찰은 안전 관리를 위해 지자체·주최 측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겠다면서 안전 관리에 870여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광화문 광장에만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2개 부대 700여 명이 현장에 배치되며 경찰특공대도 20명 투입될 예정이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