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만든 여성정장, 4050 중년도 홀렸다

입력 2022-11-28 17:37
수정 2022-11-29 00:41
여성정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외면받는 패션이 됐다. 팬데믹 기간에 몇 벌 없던 정장을 옷장 속에 묻어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들은 엔데믹이 도래했는데도 그 옷들을 다시 찾지 않고 있다.

이런 여성정장의 저변을 다시 확대하는 것은 여성정장을 주력으로 한 유통·패션업계 관련 마케터들에겐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과제를 주력 시청층보다 한참 어린 2030 기획자(MD)들에게 맡긴 GS샵이 올해 들어 비약적인 성과를 내 관심을 끈다.

28일 GS샵에 따르면 이 회사가 해외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독점으로 판매하는 여성복 브랜드 ‘모르간’은 올해 1~10월 주문금액이 86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국내 론칭 이후 최대 금액이다. 작년 연간 주문금액인 817억원도 이미 넘어섰다.

2018년부터 모르간을 맡고 있는 서민지(31)·박은지(24) MD는 2030세대다. 이 브랜드를 담당하는 오운 브랜드팀의 박정은 팀장(40)이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정도다.

이들은 주력 브랜드의 타깃 연령층을 MZ세대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학부모인 4050은 물론, 주니어 직장인인 2030도 입을 수 있는 옷을 팔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었다. 여기에는 중년층 여성들에게 더 어려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들이 꼽은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골지 니트’다. 메인 MD인 서민지 씨는 원래 신축성이 좋아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를 판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4050 소비자가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를 구매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몸에 아주 밀착되지 않을 정도로 품을 늘리면서도 골지 니트의 특성인 ‘핏’을 살리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이 제품은 올해 봄·여름(SS) 시즌 동안 12만 장이나 판매됐다. 박 팀장은 “성공적인 홈쇼핑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깃을 재설정하는 것 외에 제품의 품질 향상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