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거래 아니고 일반 수요자와 거래된 매물 맞습니다. 다만 워낙 사정이 급한 매물이어서 지금은 그 가격에 (매물이) 없어요.” (서울 반포동 A공인 관계자)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사업장인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이달 중순께 30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나돌았다. 확인 결과 이 매물은 지난 14일 중개업소를 통해 매매됐다. 이 물건을 중개한 A공인은 “가족 혹은 지인 간 특수거래가 아니다”며 “매도자가 개인 사정이 있어 급매로 나온 물건인데 바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여도 원베일리 입주권 급매가 ‘30억원’에 나온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3월 원베일리 전용 84㎡ 매물은 38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이후 거래가 없었다. 무려 8억원이 넘는 하락폭이다. 업계에서는 이 매물이 반짝 거래였을 뿐 시세가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공인 측은 “현재 30억원 초반대 전용 84㎡ 입주권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거래 가능한 매물은 있지만 호가는 최소 36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원베일리는 옛 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로, 규모만 2990가구에 이른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인가 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기존 조합원이 1주택자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만 전매가 가능해 매물이 귀하다.
특히 서초구 반포동·잠원동 일대는 올 들어 계속된 집값 하락 속에서도 한강과 가까운 강남 아파트여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크게 빠지지 않았다. 지난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서울이 한 주 전에 비해 0.52% 하락한 반면 서초구는 0.27%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강남 재건축 유망 단지인 원베일리마저 입주권 급매가 나오면서 인근 지역에도 그 여파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월 30억6500만원에 거래된 잠원동 신반포4차 전용 100㎡는 지난달 말 실거래가격이 28억원까지 내려갔다. 잠원훼미리아파트도 전용 84㎡가 7월 23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8월 2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달 초에는 월세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19억원까지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반포동과 잠원동도 ‘금리 태풍’ 속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경기도에서 서울 강북과 강남 외곽을 거쳐 강남 중심부 순으로 시차를 두고 집값이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