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할 스타트업계가 2차 산업혁명 시대에나 어울리는 굴뚝산업식 노동 규제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초기 연구개발을 위한 연장근무가 필수인 경우가 많지만, 주 52시간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 중 일부는 궁여지책으로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추후 연차휴가를 주면서 실제 근무와 서류상 근무 시간이 다른 ‘이중 장부’를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변화와 유연을 생명으로 하는 업체가 경직된 고용과 최저임금 규제로 인해 직원과 분쟁을 겪는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스타트업 육성은 한국 경제의 미래이자 청년 일자리 해법이다. 하지만 타다 금지법, 원격의료 금지법 등 겹겹이 쌓인 진입 장벽과 퇴행적 노동 규제에 발목이 잡혀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1952개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5년 미만 스타트업 47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40.4%가 “노동법 규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오죽하면 스타트업 네 곳 중 한 곳(25.4%)이 ‘규제 탓에 해외 이전을 고려 중’(한국무역협회의 256개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이라고 하겠나. 이런 규제 환경에 혁신이 싹 틀 리 없다.
창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근로시간 규제 개선이 급선무다. 30인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운영돼 온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마저 올 연말로 일몰을 앞두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 52시간제 개편에 앞서 스타트업에는 근로시간을 연간 단위로 관리하고, 현실에 맞춰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일정 연봉 이상 근로자는 초과 근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나 노사 협정에 의한 자율적 규율을 허용하는 영국·프랑스의 ‘근로시간 자유선택제(옵트 아웃)’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신생기업은 일반기업의 두 배인 최대 4년까지 기간제 근로계약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는 독일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