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는 부자가 돈을 더 많이 가졌다는 사실뿐이다.”
문학 평론가 메리 컬럼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했다는 말이다.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얘기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의 빈부 격차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분위(하위 20% 계층) 소득이 1년 전보다 1.0%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3.7% 증가했다. 상·하위 20%의 격차는 5.34배에서 5.75배로 벌어졌다. 불평등은 언제나 민감한 문제다. 정부 정책도 많은 경우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한다. 지니계수, 5분위 배율, 빈곤율지니계수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소득분배 지표다. 0에서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내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가 1912년 창안했다.
지니계수를 이해하려면 로렌츠 곡선(그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로렌츠 곡선의 가로축은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 순서로 인구의 누적 비율을 나타낸다. 세로축은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소득의 누적 비율이다. 소득분배가 완전히 평등하다면 로렌츠 곡선은 기울기가 45도인 정비례 직선이 된다. 이를 완전 평등선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소득분배가 완전히 평등한 경우는 없다. 로렌츠 곡선은 그래프의 가로축 방향으로 볼록하게 처진 형태가 된다.
이때 완전 평등선과 로렌츠 곡선 사이의 공간을 불평등 면적(A)이라고 한다. 지니계수는 이 불평등 면적을 완전 평등선 아래 직각삼각형(BCD)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소득분배가 불평등할수록 로렌츠 곡선은 아래로 볼록해진다. 그렇게 되면 불평등 면적이 커져 지니계수도 커진다.
5분위 배율도 흔히 쓰이는 분배 지표다.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수치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북유럽이 평등한 이유여러 지표가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득분배 지표는 사람의 생애 주기를 반영하지 못한다. 20대에서 30~40대로 갈수록 소득이 높아져 50대에 절정에 이르고, 60대엔 다시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생애 소득 주기다. 대부분의 소득분배 지표는 이 같은 연령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한 시점에서 전체 인구의 소득 수준을 비교한다.
또 소득분배 지표에는 현물복지가 반영되지 않는다. 현물복지란 정부가 의료·교육·보육 등의 형태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말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건강보험 등이 해당한다. 소득 격차가 크더라도 저소득층에 현물복지가 제공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통계청이 현물복지를 반영해 2020년 지니계수를 측정한 결과 반영 전에 비해 0.04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많을수록 소득 격차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집단의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유달리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 비교를 해 보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의 소득분배가 가장 평등한 것으로 나온다. 이 나라들은 인구가 500만~1000만 명에 불과하다. 노인이 불평등한 나라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되는 추세다.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20년 0.331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5분위 배율은 8.32배에서 5.85배로 하락했다. 상대적 빈곤 인구 비중도 18.6%에서 15.3%로 줄었다. 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소득 격차가 큰 나라에 속한다.
한국의 불평등엔 두드러진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것이다. 18~65세 인구만 놓고 보면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0.6%(2020년)로 복지 선진국 스웨덴(8.5%)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66세 이상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