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시장에도 찬바람이 거세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 기준) 전셋값이 6개월 만에 8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최근 전세보증금 14억5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전세보증금 22억원에 계약된 것과 같은 주택형으로, 반년 만에 전셋값이 7억5000만원이나 내린 것이다. 1년 전 기록한 전세 최고가(23억원·작년 9월)와 비교하면 8억5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5월 기록한 전세 최고가(16억8000만원)보다 5억8000만원 낮은 11억원에 최근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래미안퍼스티지는 강남권에서도 학군, 교통, 생활인프라 등이 잘 갖춰진 단지로 꼽힌다. 고가 전·월세임에도 실수요자가 늘 대기하는 단지 중 하나였다. 임대차 가격이 본격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건 10월 이후부터다.
9월까지는 그나마 전셋값이 버텼다. 1~9월 이 단지 전용 84㎡의 전세계약 건수는 총 42건이었다. 이 중 3분의 1가량인 15건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10월부터 이날까지 전용 84㎡ 기준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 굳이 계약갱신을 하지 않더라도 전셋값이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올 들어(1~11월) 전세 54건, 월세 69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반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매매거래는 거의 없고, 전·월세 만기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 문의만 종종 오고 있다”며 “전·월세 보증금이 유례없이 저렴한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어 임차인들에겐 지금이 이사 적기”라고 말했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9억~14억원, 전용 84㎡는 14억5000만~19억원대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전셋값 약세는 매매시장의 ‘거래절벽 현상’과 더불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급감으로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매물이 전세 물건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53%)보다 내림폭(-0.59%)이 커졌다. 서울 전셋값 낙폭도 -0.59%에서 -0.73%로 확대됐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81%, -0.39%로 집계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