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빠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C 노선 신설 등 대형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심해지면서 이전 최고가 대비 40% 가까이 급락한 거래도 등장했다. 이 일대 집값 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내년에 총 9000여 가구 공급이 예정된 인근 이문·휘경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분양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 6억원 급락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청량리역 일대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2397가구, 2013년 준공)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가(17억원) 대비 6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전농동 A공인 관계자는 “친족 간 ‘증여성 거래’가 아니라 세금 부담 때문에 소유자가 급하게 처분한 매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맞은편 답십리동 래미안답십리미드카운티(1009가구, 2018년 준공) 전용 59㎡도 지난달 4일 이전 최고가(12억8500만원)보다 3억원가량 낮은 9억8000만원에 팔리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던 10억원이 무너졌다. 이 일대는 GTX-B, C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건설과 청량리 6구역 등 대규모 재개발 추진 기대로 올초까지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곳이다.
청량리역에서 한두 정거장 떨어진 이문·휘경 뉴타운에선 내년에 3개 구역에서 총 9196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휘경 3구역(휘경자이디센시아)이 내년 초 가장 먼저 일반분양에 나선다. 전체 1806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뺀 71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휘경동 B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는 인근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과 비슷한 9억원대 중후반(전용 84㎡ 기준)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가격에 유상 옵션 비용 등을 더하면 지난달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 실거래가에 육박한다. 촉각 곤두세우는 이문1·3여러 차례 분양 시기가 연기된 이문 1, 3구역도 휘경 3구역에 이어 내년 상반기 입주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1구역(래미안라그란데)은 전체 3069가구 중 921가구, 3구역은 전체 4321가구 중 1067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휘경 3구역 물량과 합치면 총 2700가구가량이 내년 상반기 한꺼번에 나오는 셈이다. 다만 1구역은 분양가 인상을 위해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어서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분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변경안대로면 일반분양가는 3.3㎡당 종전 2218만원에서 2480만원으로 262만원 오른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8억5362만원이다.
업계에선 청량리역 일대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문 1, 3구역의 분양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분양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은 10.6 대 1로,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의 특별공급 경쟁률(36 대 1)보다 낮았다. 한화포레나미아는 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해 다섯 차례나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입주자를 다 채우지 못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