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여기저기 아프고, 그러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의 말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이 드는 것과 노화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할 순 없지만, 노화는 얼마든지 조절하거나 늦출 수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노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나이 들지만 늙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지난달 영국에서 출간돼 화제인 <언에이징(Unaging)>은 “어떻게 사는지가 어떻게 나이 드는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알려준다. 인지 활동, 신체 활동, 심리 활동, 사회 활동으로 나눠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 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을 쓴 로버트 P 프리들랜드는 미국 루이빌대 의과대학 신경과 및 신경생물학 교수로 저명한 신경과학자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등과 관련한 장내 세균의 역할을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그는 노화 관련 뇌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책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일상에서 실천할 것을 권한다. 첫 번째가 ‘인지 활동’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은 유아·청소년뿐 아니라 노년 세대에게 더욱 필요하다. 외국어나 그림, 뜨개질을 배우면서 배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체 활동’이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핵심 요소다. 저자는 “매일 30분 동안 날씨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이 노년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치아 건강과 치매의 관계를 소개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건강한 치아는 행복한 노년을 위한 핵심 조건이다. 책은 치아 건강이 좋지 못해 음식을 잘 씹지 못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치아로 씹는 행위는 음식물을 잘게 쪼개는 것뿐 아니라 뇌로 가는 혈류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요소인 ‘심리 활동’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더 잘 돌보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 독서 클럽 회원, 운동 친구 등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활동’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아우른다. 나이 들수록 어떤 공동체에 소속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노년 세대에게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뇌와 다른 신체 기관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것이 노년의 삶을 결정한다.” 저자는 그가 오랫동안 연구한 의학적 결과들을 흥미롭게 소개하면서 나이 드는 것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임을 밝힌다. 나이 드는 것과 늙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만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칠 수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