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깜깜이 배당' 손질…숨어 있는 K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계기로

입력 2022-11-24 17:44
수정 2022-11-25 08:02
금융당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불투명한 배당 제도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늦었지만 반길 만한 조치다.

현재 상장사 대부분인 12월 결산법인은 연말에 주주명부를 폐쇄해 배당받을 주주를 정한 뒤 이듬해 2~3월 이사회·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다. 개인투자자는 실제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연말에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에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배당금을 공개한 뒤 주주를 확정하는 식으로 바뀌면 기업은 투자자를 더 모으기 위해서라도 배당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식 제도와 관행은 자본시장 곳곳에 숨어 있다. 금융당국이 배당 제도와 함께 손보기로 한 외국인 투자 등록제는 실효성 없이 해외 투자자에게 매매 내역이 실시간 노출된다는 우려를 심어 국내 시장 접근을 막아온 대표적인 낡은 규제다. 주식시장의 숙원인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관장하는 MSCI바라도 한국을 편입하지 않는 이유로 역외 원화 외환시장 부재와 함께 한국식 배당 제도와 외국인 투자 등록제를 꼽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등 지수 사용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전적 배당 공시를 강화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세부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켜켜이 쌓인 자본시장의 공적 규제를 원칙 기반 자율 규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열거식으로 법적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당국이 원칙을 정하면 시장의 자율적인 움직임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노력과 시스템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