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구급대원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해 병원으로 보냈으나 숨진 중상자가 알고보니 자신의 친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애통한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23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상황은 지난 15일 오후 캐나다 앨버타주의 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생했다.
구급대원인 제이미 에릭슨은 신고받고 선발대로 현장에 도착해 초동 대응에 나섰다.
출동한 현장에는 트럭과 충돌해 마구 찌그러진 승용차가 있었는데 탑승자 2명 중 운전자는 먼저 구조됐지만, 동승자인 한 소녀가 위중한 상태였다.
에릭슨은 30분에 걸친 필사의 작업 끝에 소녀를 빼내는 데 가까스로 성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까지 마쳤다.
그때까지도 에릭슨은 해당 부상자가 자기 딸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고 현장에서 직접 딸을 구조해 구급 헬기에 태워 보냈지만 부상이 워낙 심한 탓에 미처 딸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날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에릭슨은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진실을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캘거리의 한 병원에서 한줄기 생명의 불씨를 붙잡고 사흘간 사투를 벌이던 딸은 끝내 생을 마감한 것이다.
에릭슨은 18일 하늘로 떠난 딸 몬태나의 부고를 알리는 글에서 애끓는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내가 마주했던 환자가 내 피붙이였다니. 내 외동딸이자 나 자신, 몬태나였다니. 그땐 아이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라며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딸과 함께한 17년에 감사하긴 하지만 나는 산산조각이 난 채 부서졌다"고 썼다.
몬태나는 하늘로 떠나면서도 장기 기증으로 2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고 에릭슨은 전했다. 에릭슨은 "내 아기가 다른 이들을 통해 삶을 이어갈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서 "딸이 자랑스럽다"라면서 "딸이 너무 보고 싶을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