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올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통위원들의 최종 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 전망을 알 수 있는 사실상의 ‘점도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이창용식 실험’이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내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최종 금리를 연 3.5%로 보는 위원은 3명, 연 3.75%는 2명,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위원은 1명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정례회의 땐 같은 질문에 “다수의 금통위원이 3.5%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금통위 의장인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의 최종 금리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겁니다.
이를 두고 이 총재가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일종의 '한국형 점도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발표합니다.
평소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중시하는 이 총재는 한은 관계자들에게 “금통위의 생각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은 관계자는 "아주 세세한 전망을 제시하는 미국처럼은 불가능하지만, 한은이 수량적인 포워드 가이던스가 가능할 정도로 역량을 갖추도록 하자는 게 이 총재의 뜻"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언급을 바탕으로 신성환·서영경·박기영 위원 등 3명이 연 3.5%로, 조윤제·이승헌 위원 등 2명이 연 3.75%로 최종금리 수준을 각각 전망했다고 추측했습니다. 현재 연 3.25%에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금통위원은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날 이 총재가 매고 나온 넥타이(사진)도 화제가 됐습니다. 하얀 바탕에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란 시가 까만색 글씨로 적혀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같은 시구가 보였습니다.
이 총재는 '넥타이가 대출자를 위로하기 위한 의미냐'는 질문에 "(평소 넥타이를 골라주는) 아내가 일찍 나가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다"며 "그 해석이 더 좋아 (해석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