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끈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이 18년 만에 물러난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 차 부회장은 그간 더페이스샵,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 등을 인수하고 자체 브랜드 '후'를 육성해 LG생활건강을 K뷰티 대표기업으로 키웠다.
차 부회장의 후임에는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골자의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 신임 사장(사진)은 1986년 LG그룹 공채 출신으로 LG생활건강에 입사해 생활용품과 럭셔리 화장품 사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후 시장 1위를 확고히 다진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 쏟았다.
LG생활건강은 "이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역임해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차 부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은 2025년 3월이었으나 후진에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LG생활건강 대표(사장)로 스카우트한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며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음료를 더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매년 호실적을 경신해 '미다스의 손', '차석용 매직'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7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의 17년 연속 증가 기록을 세웠다. 다만 올해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 여파로 매출과 영업익이 감소세를 보여 거취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은 일본 법인장을 지낸 오상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뷰티사업부장을 맡겼다. 하주열 전략부문장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고, LG경영개발원 권순모 상무가 정도경영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