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 400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을 집계한 결과 총 403명으로 파악됐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322명보다 1년 새 81명(25.2%) 증가했다. 여성 임원 수는 2004년 13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 114명, 2018년 21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다만 100대 기업 전체 임원 7175명 중 여성 비율은 5.6%에 그쳤다. 이 비율도 추세로는 2019년 3.5%, 2020년 4.1%, 2021년 4.8%로 높아지고 있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72곳이었다. 여성 임원 보유 기업도 2004년 10곳, 2011년 30곳, 2021년 65곳으로 지속해서 늘었다. 산업군별 여성 임원 현황을 보면 정보기술(IT) 업종이 163명으로 전체 여성 임원의 40.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화학을 포함한 석유·화학 업종(17.1%), 금융(11.9%), 유통·무역(10.2%), 식품(8.4%), 자동차(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기계, 조선, 에너지, 철강 등의 업종은 여성 임원 수가 100대 기업 전체 여성 임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6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55명보다 10명 증가했다.
이어 CJ제일제당(28명), 네이버(23명), 현대차(17명), 롯데쇼핑(14명), 삼성SDS(12명), KT·LG화학·LG전자(각 10명) 순이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전체 임원 114명 중 여성 비율이 24.6%로 가장 높았다. 다만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중 이사회 구성원으로 대표이사 직함까지 보유한 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2명뿐이었다.
회장급 여성 경영자 중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했고, 부회장급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박현주·임세령 대상 부회장 정도로 파악됐다.
부사장급 여성 임원은 2007년부터 임원으로 활약한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25명 수준이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 70곳 내외 중 30여 곳은 대외 이미지 제고와 상징성을 위해 여성 임원을 형식적으로 1∼2명 정도만 유지하는 실정"이라며 "단순히 여성 임원이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기업 성장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인식해 중간 관리자급 이상 여성 인재를 크게 늘리는 과감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