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상징적인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럽의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인 공격과 잔학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 인권법 위반을 자행하는 건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반 시설을 목표로 공습을 퍼붓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와 남동부의 여러 지역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15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약 100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등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다만 유럽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법률적 후속 조치가 없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데에 그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유럽의회 조치를 환영하는 글을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를 향해 장기간 고수해오고 있는 테러리즘 정책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모든 차원에서 고립시키고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의회에서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제출됐고, 지난 9월에는 상원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은 조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실제 표결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이 올라와 있다. 러시아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만 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