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2년전으로 돌려 稅부담 경감…'文정부 로드맵' 사실상 폐기

입력 2022-11-23 18:30
수정 2022-11-24 02:34
정부가 23일 발표한 주택 재산세 개편 방안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으로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낮추는 한편 과세표준 상승률을 연간 5%로 제한해 세금 인상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또 고령 1주택자의 재산세 유예도 도입돼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은퇴자들이 세 부담으로 주택을 팔아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택 가격 하락을 반영하고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 급등해도 5%까지만 인상 정부가 과표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앞으로 공시가격이 급등해도 재산세는 크게 늘지 않게 됐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지방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과표에 5% 상한을 두기로 했다. 과표는 세금 부과의 기준액으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값이다. 이 과표에 세율을 곱하면 세액이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억7800만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의 과표는 3억5000만원이다. 세금은 120만4000원이었다. 올해 공시가격 평균 인상률 17.2%를 적용하면 주택 가격은 9억1200만원으로 오르고 과표는 4억1000만원에 달한다. 재산세는 30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과표 상한율 5%를 적용하면 과표는 3억7000만원으로 2000만원 오르고, 납부해야 할 세금은 130만2000원으로 9만800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연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더라도 과표는 5% 이내에서 상승해 적정 수준으로 관리된다”며 “올해 말 법을 개정하고 2024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에 따라 세액 한도가 정해져 있는 현행 세부담상한제는 과표상한제 도입 5년 후에 폐지한다.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의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와 5년 이상 장기보유자 중 △1가구 1주택 △직전 과세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해당 연도 재산세 100만원 초과 △지방세, 국세 체납이 없는 경우 주택 상속·증여·양도 시점까지 재산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재산세의 과표가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현행 40~80%에서 30~70%로 낮춰준다. 10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경우 과표 금액이 최대 8억원에서 7억원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수순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단기간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장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되는 수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따라 내년에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 기준으로 올해 평균 71.5%에서 내년 평균 69.0%로 낮아진다. 단독주택은 58.1%에서 53.6%로, 토지는 71.6%에서 65.5%로 내려간다. 당초 계획했던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비해 평균적으로 아파트는 5.1%포인트, 단독주택은 11.3%포인트, 토지는 12.3%포인트 하락한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이 69.2%, 15억원 이상이 75.3%다. 올해와 비교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억원 미만은 1.3%포인트,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과 15억원 이상은 각각 5.9%포인트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가파르게 높아진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조정의 수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강영연/김은정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