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초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1주택자들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현실화율 인하폭이 비교적 큰 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소유자가 낼 세금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3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세 9억원이 넘는 주택의 공시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81.2%에서 내년 75.3%로,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75.1%에서 69.2%로 대폭 내려간다.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전임 정부가 ‘현실화가 미흡한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지난 2년간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이 모의 계산한 결과, 직전 실거래가가 45억원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의 내년도 공시가는 34억원으로, 올해(36억원)보다 2억원가량 낮아진다. 이에 따라 이 주택 소유자(1주택자·세액공제 미적용)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올해 2575만원에서 내년엔 2294만원으로 10% 넘게 줄어든다.
당초 로드맵(현실화율 84.1%)대로라면 이 주택 보유자에겐 내년에 2806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된다. 이 시뮬레이션은 현행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 적용하는 할인율) 45%에 맞춰 추산한 것이다. 이날 정부 발표대로 내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이보다 낮추면 보유세 부담이 더 경감될 전망이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소유자의 보유세도 올해 412만원에서 내년에 361만원으로 줄어든다. 로드맵상의 내년도 보유세(445만원)보다 80만원 이상 적은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보유세는 올해 1050만원에서 내년 626만원으로, 용산구 한가람 전용 84㎡는 598만원에서 547만원으로 낮아진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일인 내년 1월 1일 시세가 지금보다 내려가면 공시가격과 재산세 부담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가령 15억원이던 아파트 시세가 10% 떨어져 13억5000만원이 될 경우 원래대로면 내년도 공시가는 10억5435만원으로 올해(12억1800만원)보다 13%가량 내린다. 여기에 2020년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내년 공시가는 9억3420만원으로 올해보다 23% 이상 떨어진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