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임윤찬에 앞서 일찍이 세계무대에서 ‘K클래식’의 저력을 입증한 피아니스트가 있다. 2000년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국제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002년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1위, 2011년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손열음(36·사진)이 주인공이다. 2018년부터는 정명화·정경화 자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일정에 빈틈을 찾기 힘든 손열음이 직접 기획한 연말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다음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손열음의 커튼콜’에서다.
그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연주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에 호응하기 위해 다시 무대로 나가는 ‘커튼콜’은 연주자가 페르소나를 벗고 자신의 본모습으로 청중과 마주하는 순간”이라며 “관객에게 더 가깝고, 덜 형식적인 커튼콜 같은 공연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손열음의 커튼콜’은 2017년과 2018년,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네 번째다. 이번 공연에서 손열음은 르쾨의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작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사중주 2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5번’,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마리에타의 노래’,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작품’ 등을 들려준다.
드보르자크 곡은 김재영(바이올린), 이한나(비올라), 이정란(첼로)과 함께 연주하고, 코른골트 곡과 수크 곡은 서울시향 악장을 지낸 스베틀린 루세브(바이올린)와 호흡을 맞춘다.
이 가운데 르쾨의 작품과 코른골트 아리아의 바이올린 편곡 버전은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손열음은 “새로운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접하고 좋은 작품을 가장 먼저 청중에게 선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두 작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괴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선율이 아니라 친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