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를 각각 여당과 야당 추천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최고 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두 사람이 7년 만에 머리를 맞대게 됐다. 이들은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당시에도 여야 측에서 개혁 논의를 이끌었다. 김용하 위원장은 ‘재정 건전성’을, 김연명 위원장은 ‘소득 보장’을 상대적으로 강조해온 학자다. 국회 연금특위에선 공적연금과 함께 직역연금, 기초연금 등이 본격 다뤄질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자문위에서 구체적 개혁 방향과 범위를 설정한 뒤 내년 1월 개혁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연금특위는 복수 개혁안이 나오면 공론화를 거쳐 4월까지 단일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공적연금을 통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 수 있는 노후 소득 보장선’에 대한 합의만 이뤄져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연명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동민간자문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올리고 그에 상응하도록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면서도 “다만 백가쟁명 개혁 방법론을 논의하기에 앞서 공적연금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로 특위에 합류하게 된 그는 이번 연금특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로 ‘국민연금이 왜 필요하고,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확립하는 일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2020년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령자가 노후에 필요로 하는 최소생활비는 월 117만원, 적정생활비는 16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의 월평균 연금액이 94만원 수준인 상황에서, 최소한 품위 있는 삶을 위한 노후 생활비는 과연 얼마가 돼야 하냐는 기준부터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낸 김 위원장은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을 줄곧 주장해왔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 국민들이 노후에 더 받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에 그치고 있다. 다만 그는 특위 공동민간자문위원장으로서 개혁안은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면서 보험료율을 아예 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적정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지만 재정 문제를 무시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적정 노후 소득이 보장된다면 추가 부담하는 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사회수석을 맡아 연금개혁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그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개혁은 운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로 연금특위가 출범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 끝에 단일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기도 했지만, 그보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을 밀고 가지 못한 이유로 ‘소득주도성장’발(發) 여론 악화와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내가 연금개혁을 얼마나 하고 싶었겠냐”며 “그러나 정치·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금개혁 과정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는 것”이라며 “어떤 개혁이든 한 번에 이뤄지는 법은 없는 만큼 모든 정치·사회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나오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