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실거래가 속출에…내년 현실화율, 2년 전으로 되돌린다

입력 2022-11-22 18:23
수정 2022-11-23 13:37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내년에 올해(71.5%)보다 2.5%포인트 낮은 시세의 69% 수준으로 공시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실거래가가 공시가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속출하자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주택분) 부과 대상자가 1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급 ‘조세 저항’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공청회를 열고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공시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는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 4일 1차 공청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권고한 동결 방안을 재수정해 현실화율을 올해보다 낮추자고 한 것이다.

정부가 2차 공청회까지 열면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정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내림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1.2%, 수도권은 1.52% 떨어졌다. 둘 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월간 최대 낙폭이다.

집값 급락으로 보유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공시가(19억3700만원)보다 3000만원가량 낮은 19억85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은 수억원씩 떨어졌는데 전날부터 고지가 시작된 종부세는 시세 하락 전인 올해 초 기준으로 부과돼 납세자의 반발이 거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표 발제자로 나선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와 시세 간 역전 현상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아파트보다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과 토지로까지 역전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 저항을 줄이고 공시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현실화율을 대폭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면 내년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보유세는 464만원에서 428만원으로, 용산구 한가람 전용 84㎡는 656만원에서 595만원으로 낮아진다.

국토부는 2차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이행 계획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