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이 지난 21일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신규 종부세 부과자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텃밭인 서울 강북과 경기 남부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서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내년부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정부안을 계속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신규 종부세 부과 어떻길래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의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58만4029명으로 전년 대비 10만9845명 늘었다. 경기 지역에서는 지난해 23만4422명이던 종부세 납세자가 올해 33만8127명으로 증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세한 통계는 내지 않았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신규 종부세 대상자 대부분이 강북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야당 입장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을 반대하는 것이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집중된 수원과 과천, 광명, 용인 등 남부 지역에 신규 종부세 납세자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이 많은 강남 3구와 용산에는 이전부터 종부세를 내고 있는 유권자가 대부분”이라며 “종부세 부과자가 늘어난다면 마포와 성동 등 강북 지역과 경기 남부 지역에 신규 납세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 추진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린다면 공시가격을 종부세에 반영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8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과세 기준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같이 올리면 종부세 부담이 거의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부과 대상자는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타협 여지 넓히는 민주민주당은 타협의 여지를 엿보는 분위기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우리 당이 다수당인 만큼 사리에 맞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민주당도 발의해 놓은 안이 몇 가지 있는 만큼 충분히 합의해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타협의 여지를 열어뒀다.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종부세 부담 감축 등을 제외하고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부담 완화에 동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내 25개 구 중 국민의힘이 17곳에서 승리하는 것을 지켜본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것도 이유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강행하고, 종부세 완화를 끝까지 반대하면 다음 총선에서 여당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종부세 완화 논의가 매듭지어질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종부세 표심’의 영향을 덜 받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신동근(인천 서구을), 유동수(인천 계양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등 인천 지역 의원이 3명으로 인천에서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많은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은 없다. 한병도(전북 익산을) 양경숙(비례) 의원도 종부세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 폭이 큰 중계동을 지역구로 둔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 고덕그라시움 등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많은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 등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종부세와 관련해 민주당 조세소위 의원들 사이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종부세 개정안과 관련된 조세소위 심의는 24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노경목/황정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