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MBC 기자가 대통령실 참모와 공개 설전을 벌여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여야가 해당 기자의 '복장'을 두고 때아닌 언쟁을 벌이고 있다. 입법·예산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에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답변에 현장에 있던 MBC 기자는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면서 고성으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대답 없이 집무실로 들어갔고, 이후 MBC 기자는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취재진 등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이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게 된 배경이다.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촉발된 불씨는 정치권에서 확전을 거듭하다 MBC 기자의 '복장'으로 옮겨붙었다. 당시 MBC 기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었는데, 여야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의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두고 장외에서 격돌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무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흡연실에도 슬리퍼 끌고 나오지는 않는다"(김기현 의원), "슬리퍼 신고 난동을 부렸다"(권성동 의원),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배현진 의원), "(박근혜 정부) 대변인 시절 모든 출입 기자들은 넥타이도 갖추고 정자세였다"(김행 비대위원),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김종혁 비대위원) 등의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당이 불필요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신발을 던진 것도 아니고 신발을 신었는데 그게 왜 문제인가"(박용진 의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기차 안에서 구둣발을 올렸는데도 사과하거나 성찰하지 않았다"(정청래 의원), "언론 탄압보다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인가"(임오경 의원), "슬리퍼를 신었다는 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다.
한 초선 의원은 22일 기자와 만나 "혹자는 (슬리퍼 착용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혹자는 무례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싸울 필요가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21일 YTN 방송에서 "바로 급하게 나와서 질문하다 보면 슬리퍼 신을 수도 있는데, 대통령실이나 여당이 예의 없다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MBC도 이러한 부분에 어느 정도 책임지는 모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