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부동산·원자재 투자 '비상'…내년부터 200여개 ETF 등에 '세금 폭탄'

입력 2022-11-22 11:44
수정 2022-12-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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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미국 정부가 정한 200여개의 원유·가스·부동산 분야 ETF·ETN·주식 등을 팔면 매도액의 10%를 세금으로 낸다. 200여개 목록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종목 상위권에 포함된 ETF들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2일 미국 국세청 및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Section 1446(f) 규정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여개의 종목들을 세금 부과 목록인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로 지정했다. 원유·가스 등 천연자원을 거래하는 상품이나 부동산·인프라 분야의 종목들이 PTP에 포함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해당 종목을 매도하는 경우 매도액의 1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거래하는 종목들도 대거 들어갔다. 지난 3개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미국 종목 16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내츄럴 가스'(BOIL)와 31위인 '프로쉐어스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UVXY) 등이다. 이외에도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내츄럴 가스 펀드'(UNG), '인베스코 DB 커머디티 인덱스 트래킹 펀드'(DBC),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 오일'(UCO),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블룸버그 내츄럴 가스'(KOLD) 등 미국 대표 원자재 ETF와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BIP), '블랙스톤 미네랄스'(BSM) 등 글로벌 인프라 기업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손익과 관계없이 매도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해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손실규모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변동을 이용한 단기 트레이딩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원유·가스 등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노렸던 서학개미들이 많았지만, 매도할 때마다 세금이 부과되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이러한 거래 형태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 관련 ETF 투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사들은 현재로선 특별하게 세금을 피할 방법이 없는 만큼,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종목을 내년 1월 1일 전에 매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은 공지를 통해 "세금 납부를 희망하지 않으실 경우 해당 종목의 1월 1일 이전 매도를 검토해달라"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미국 정부는 200여개의 종목이 고정된 게 아니라 유동적이라고 밝힌 만큼, 원자재나 부동산 관련 상품을 거래하는 서학개미들의 경우 계속해서 유의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ETF의 경우에는 국내나 영국 등에 상장된 상품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영국에 상장된 천연가스, 원유 ETN이나 국내 상장 ETN 등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