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탐욕의 머니게임'…개미들만 죽어난다

입력 2022-11-21 18:30
수정 2022-11-29 19:31

적자 한계기업이다. 신용등급도 없다. 그럼에도 발행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특정인만 참여할 수 있는 사모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다. 투자자가 줄을 선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이곳만은 무풍지대다. 코스닥 전환사채(CB) 발행시장 얘기다.

CB를 발행해 조달한 돈은 기업 인수합병(M&A)에 쓰인다. M&A는 테마를 형성하고 주가는 요동친다. 요즘 코스닥시장에서 되풀이되는 무자본 M&A의 전형이다. M&A는 수단일 뿐 본질은 ‘머니게임’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전환사채를 활용한 무자본 M&A가 자본시장을 좀먹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쌍방울그룹, KH그룹, 에디슨모터스, 비덴트 등이 모두 똑같은 수법을 썼다. ‘CB 공장’을 돌려 그들만의 왕국을 세웠다.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기업을 ‘CB 찍는 공장’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CB 투자자가 큰돈을 번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됐다. CB를 인수하고 1년을 기다리면 때마침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하기 일쑤다. 그때 CB를 주식으로 바꿔 시장에서 매각한다. ‘신흥 회장님’이 속출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유명 여배우의 남자친구가 되기도 하고 정치권에 로비 자금도 대준다. 심지어 북한에 달러를 퍼주기도 했다.

무자본 M&A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스닥 기업 하이드로리튬(옛 코리아에스이)은 신생 업체 리튬플러스에 인수되면서 두세 달 사이 주가가 15배 가까이 뛰었다. 리튬플러스의 형제 기업인 리튬인사이트가 인수한 코스닥 기업 WI도 네 배 이상 뛰었다. 서로 CB를 연쇄 발행하면서 무자본 M&A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업가는 없고, 수상한 신흥 부자만 속출하고 있다. 권력형 머니게임 의혹도 짙다. 검찰, 정치권 출신도 등장한다. 머니게임이 끝나면 주가는 10분의 1 토막 나면서 추격 매수에 나선 개미들이 큰 손실을 보기 일쑤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비정상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서 곳곳에서 경계선이 허물어졌다. 증권사와 사모펀드(PEF), 벤처기업마저 머니게임에 발을 들이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투자자의 몫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건전한 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신종 머니게임을 심층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조진형/이동훈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