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앨런 아이거(밥 아이거·사진)가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실적 부진 등 위기에 빠진 디즈니가 노련한 경영자를 ‘구원 투수’로 다시 불러들였다는 평가다.
아이거는 20일(현지시간) 디즈니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CEO 복귀 사실을 알렸다. 디즈니를 떠난 지 11개월 만의 ‘깜짝 복귀’다. 임기는 2년이다.
그는 2005년부터 2020년 초까지 15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내며 ‘디즈니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픽사,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했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디즈니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디즈니가 최근 여러 내우외환을 겪자 이사회는 아이거에게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의 최근 분기(7~9월) 실적은 시장 추정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디즈니+가 주력인 OTT사업부에서만 14억7000만달러의 순손실이 난 여파다. 회사는 감원, 채용 동결 등 비용 절감 방안을 내놨다. 트라이언펀드, 서드포인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디즈니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디즈니 주가는 올 들어 지난주까지 41% 하락했다.
수전 아널드 디즈니 이사회 의장은 “큰 변화를 맞은 지금 아이거가 디즈니를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밥 체이펙 디즈니 CEO는 해임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