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의 ‘갓생 챌린지’가 트렌드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22-11-21 10:19
수정 2022-11-21 10:23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이아연 대학생 기자] 성공 공식보다는 성장에 더 큰 의미를 두는 MZ세대는 직접 주체가 되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린다. 그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등교, 출근 전에 독서, 운동 등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 매일 공부한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는 ‘스터디 인증 챌린지’, 블로그에 일상을 남기는 ‘주간 일기 챌린지’ 등 도전하는 삶을 즐긴다.

네이버가 공개한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블로그 사용자 중 70%가 MZ세대이며, 6월부터 진행 중인 ‘주간일기 챌린지’의 참여자의 90%가 MZ세대였다. 또 인스타그램에서 ‘#챌린지’를 검색하면 13만 7,000개의 게시물이 업로드 됐으며, ‘#challenge’를 검색하면 2,443만 개의 게시물이 보여진다. MZ세대에게 각종 챌린지는 그들이 일상을 기록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하나의 통로가 된 셈이다.


20대에게 ‘갓생’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기’
특히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을 통한 갓생살기를 실천하며 스스로의 활동을 SNS에 기록,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갓생러 이수민(22·대전 유성구)씨에게 갓생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자기 계발을 하며 다양한 도전을 하고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아 열심히 살고 발전하자는 생각으로 ‘갓생 살기’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굿네이버스 Between 자원봉사 동아리,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서포터즈, 근로복지 공단 국민 기자단 등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정책 기자단, 국민권익위원회 청백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이 씨는 이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서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도전해야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진1 캡션: 이수민 씨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콘텐츠들]

김수연(23·안산)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대외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지만, 그로 인해 카드 뉴스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활발하게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SNS 운영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SNS가 지금은 대학생 트렌드 파악, 콘텐츠 제작 연습, 커뮤니케이션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준(24·서울)씨는 “어느 순간부터 ‘대학은 성적순’이 된 사회에 의문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플렉스’, ‘욜로’처럼 MZ세대 사이에 좀 더 솔직해지는 문화가 쌓이면서 갓생 챌린지로 이어진 것 같다”며 ‘원하는 가치관대로 살고 싶은데 정해진 대로 살아야 하는 20대들이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자유롭게 실천해나가며 행복을 찾는 것’이 지금의 ‘갓생’이라고 말했다.

62주째 매일 정오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통해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는 안 씨는 꾸준함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사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콘텐츠가 생각나진 않는다. 그래서 요일마다 테마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는 내용을 정해 업로드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콘텐츠는 화요일엔 ‘방문했던 장소 추천’, 토요일엔 ‘책 추천하는 날’ 등 요일마다 주제가 정해져 있으며, 이는 독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10월~11월이 입시 기간임을 고려해 수요일마다 대학 입시 관련 이야기를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

안 씨는 블로그 방문자 10만 명에 달성했을 때 실천했던 ‘백일동안 열 개의 어린이 기부사업에 참여하기’를 가장 가치있게 생각했다. 그는 “이 챌린지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나만의 챌린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가 생각하는 ‘갓생’은 본인이 가진 목표와 생각의 크기를 확인하는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갓생’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 중 중도 포기하는 이들에 대해서 그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어느 순간 자기가 원하는 갓생에 도달하거나 도전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겼을 때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꾸준함’도 좋지만, 본인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의 ‘멈춤’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갓생 살기’통해 “회사에서의 나‘가 아닌 ’본연의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
20대 직장인으로서 바쁜 하루를 살고 있는 와중에도 매일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실천하고 있는 김보은(29·안양)씨를 만나 갓생 라이프에 대해 들어봤다.

Q. 현재 어떤 갓생 챌린지에 도전 중이신가요.
“출근 전에 스페인어 회화 1시간, 운동(헬스장, 수영, 러닝) 1시간, 영어공부 1시간과 함께 블로그 포스팅, 유튜브 영상 제작 등을 하고 있어요.”





Q. 바쁜 직장인들이 갓생 살기에 도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갓생 살기’를 통해 ‘회사에서의 나’가 아닌 ‘본연의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독서, 자격증 공부, 외국어 공부 등을 통해서 더 넓은 이직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2030세대 직장인들은 ‘직장은 나를 책임져 줄 수 없으며 현재 시대는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것을 느꼈을 거라 생각해요.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은 불안정한 시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하나의 사전 작업이 아닐까요.”

Q. 각종 챌린지에 도전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갓생 살기에 도전하면서 ‘집-회사-집-회사’의 루틴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고 더욱 지식과 관심 분야가 풍성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부지런해졌어요. 예전에는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 헐레벌떡 출근했었는데, 이제는 운동과 영어 공부를 끝내고 더욱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퇴근하고 쇼파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흘려보냈던 시간들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제가 ‘갓생 살기’를 실천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갓생’이 또 하나의 강박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에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진정한 갓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진정한 갓생은 정말 내가 그러한 ‘실천’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