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소식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오전 9시 59분 현재 롯데케미칼은 전장 대비 3000원(1.8%) 내린 1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엔 4% 가까이 빠졌던 롯데케미칼은 상승전환했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보통주 850만주,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5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9일 기존 주주 대상 1차 청약을 실시하고, 같은 달 26일 남은 주식을 일반 공모할 예정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2월 13일이다. 이번 증자로 인한 지분율 희석 비율은 25%다.
시장에선 이번 롯데케미칼의 유상증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롯데건설에 5876억원을 수혈했다.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에 자금이 부족해지자 선택한 게 유상증자다. 투자자들은 "주가는 떨어지는 데 정작 롯데건설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의 43.79%(3분기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소 버거웠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가격, 예상보다 깊었던 시황 부진, 롯데 건설의 자금난, 빠르게 식어버린 자금시장 경색의 불운까지 겹치면서 유상증자라는 기존 주주에게는 최악의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5%에 달하는 희석 비율은 분명 부담스러운 비율"이라며 "이번 증자가 성공해도 여전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은 부족한 상황이며 회사의 증자 이외의 조달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확대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측면으로 보다, 본업에서의 이익 창출력 악화와 대규모 인수합병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 수요 둔화와 대규모 증설로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본업에서의 현금 창출력이 낮아졌음에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으로 2조7천억원의 지출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봤다.
이어 "이 와중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축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영업여건이 악화된 롯데건설에 대해 약 5879억원의 자금 지원까지 이뤄지며 재정부담은 대폭 확대됐다"며 "이번 증자 발표로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1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