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 슬리퍼 신은 MBC 기자…與 "무례" vs 野 "좁쌀대응"

입력 2022-11-21 07:37
수정 2022-11-21 09:07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때 대통령실 비서관과 공개 설전을 벌인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자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기자. 대통령이 얘기할 때 팔짱이야 뭐 낄 수 있겠지만,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드레스 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흡연실에도 슬리퍼 끌고 나오지는 않는다"며 "완전 함량 미달"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면, 그건 권리행사가 아니라 횡포"라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신청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부대변인의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며 "국민은 갈등을 풀어가는 통 큰 대통령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윤 대통령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당시 윤 대통령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이유에 대해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히자 MBC 기자는 "뭐가 악의적이냐"고 공개 항의했다. 이후 해당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의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20일 오후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 용산 대통령실 1층 현관 안쪽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림막을 설치했다. 1층 기자실 출입문에서 불과 약 20m 떨어진 지점인데, 일각에서는 MBC 기자와의 충돌이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가벽을 설치하는 것"이라면서 기자 참모 간 충돌과 가벽 설치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