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사메 수크리 의장(이집트 외무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총회 합의문이 최종 채택됐다”고 밝혔다. COP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매년 열린다. 27은 총회 회차를 의미한다.
이 기금은 기후 재해로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다. 최근 10년여간 기금 마련을 주장해온 개도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총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 방안은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그간 선진국들은 기후 재난 피해 지원금을 별도로 마련하지 말고 기존에 제공하던 개도국 기후적응기금에 합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COP27 막바지에 유럽연합(EU)이 “지원은 가장 취약한 국가에 집중돼야 한다”는 조건하에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에 동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금 수혜 대상을 놓고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U와 미국은 중국을 기금 수혜국이 아니라 공여국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엔은 중국을 기금 수혜 명분이 있는 개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 담기지 못한 기금의 재원 마련 방안도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25억달러 규모 기후기금 조성을 추진했지만 실제 마련한 자금은 10억달러에 그쳤다”며 “기후 원조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 만큼 기금에 자금이 지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재원 부담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실과 피해 분야에선 1992년 협약과 2015년 파리협정을 기반으로 선진국을 결정하는데,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었다”며 “우리나라는 비용 부담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진국들의 압박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여지를 남겼다. 선진국들이 개도국인 중국에 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중국이 돈을 내면 우리도 기금 조성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 석탄 발전뿐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반의 사용을 줄이자는 선진국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화석연료 배출량 감축 규제 강화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현/곽용희 기자 deep@hankyung.com